4월 24일에 메일을 보내기로 했으나 더 늦게 메일을 보내드리게 되었네요. 소수로 일하는 회사이다보니 큰 이벤트가 끝나고 사실은 완전 앓아 누웠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10년만에 크게 몸이 안좋았는데, 다행히 현재는 쉬면서 많이 회복해서 털고 일어난 상태입니다.
지난 4월 9일 오픈한 서촌점은 처음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들러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저희의 메인 시즌인 가을, 겨울까지는 차근차근 만들어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촌점에 들러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층에는 작은 홀과 함께 미니 서점이 있습니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권 책을 읽는 사람이 2013년에는 72% 였는데 2023년에는 43%가 되었다고 합니다. 10년사이 거의 절반이 줄었네요. 안그래도 독서에 관련한 내용으로 강부장과 나눈 이야기들을 양파인 팟캐스트에 업로드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드시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주의도 아니지만, 책에는 여타 매체에는 없는 낭만이 있다는 생각으로 서점을 꾸몄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재밌어하시고, 도서 구매도 조금은 있는 편입니다. 열심히 큐레이션을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네요.
서촌점 2층
지난 4월 23일에는 예고드렸던 브랜드 토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티켓이 금방 품절되었는데 이렇게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또 한번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2층 공간에서는 일러스트 작가님과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종종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눌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토크 현장
대외적으로는 SNS나 어떤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가 없고 이 뉴스레터의 구독자님께만 처음으로 밝히는 것이지만 저는 꽤 오랫동안 불안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이번에 증상이 조금 심해져서 대외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웠고, 적극적으로 일하기도 어려워서 집안에 주로 있었습니다.
서촌점 매장 프로젝트가 결국은 오픈에 성공했지만 준비하는 동안 제 그릇보다 큰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기도 하고, 여러모로 많이 늘어난 지출과 식구들이 생겨서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타고나기를 대표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오랜시간 하다보니 멘탈이 고장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 일들이 바빠서 제 자신의 관리에 조금 소홀하기도 했고. 운동을 못한 이유도 있는 것 같네요. 지금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더 이상 메일이 늦어지는 것은 안될 것 같아서 오늘 이렇게 메일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돌아다니는 릴스에서 내 약점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던데,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말씀드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들이 공감해주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저는 꽁꽁 덮고있던 이불을 털고 일어나서 오늘부터는 다시 힘내서 조금씩 움직여보려고 합니다.
이 메일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과 오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성태민 드림
P.S 삭스레터에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진심으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본 메일 주소로 답장을 주시면 저는 즉시 모두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현의 스몰카페
담대하게 커피워크
나는 ‘맛알못’이다. 뭘 먹어도 다음과 같은 반응이 튀어나온다. 오, 괜찮은데?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면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 폄하할 테다. 억울하다. 내 혀는 정말 괜찮다고 느꼈으니까. 맛있어서 맛있다고 하였는데 그게 왜 맛있는 거냐 따져 물으신다면… 둔한 미각과 함께 사는 일상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는 나도 모른다. 인생에는 조금 바보 같은 구석도 있어야 맘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미식가와는 거리가 먼 타입의 나조차 까탈스러워지는 영역은 커피다. ‘아무 커피나 마시자’라는 말을 나는 하지 않는다. 맛있는 커피와 맛없는 커피를 판단하는 자체 기준을 보유한 건 기본이요, ‘내 커피 취향은 이렇소’ 하고 그 특징과 요소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품질 높은 원재료의 중요성과 세부적인 공정 과정에 대한 이해 역시 기초적인 수준 정도는 갖췄다. 커피야말로 내가 미식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유일한 식품이지 않을까? 맛알못을 커피의 신세계로 끌어들인 고마운 존재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브루잉 커피*와 싱글 오리진* 원두의 매력을 알려준 일등공신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담대하게 커피워크다.
안국역 6번출구로 나오면 인사동 거리가 펼쳐지는데,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한 중심 거리도 좋지만, 골목 골목에 숨은 맛집들이 많아 이 동네에 단골 가게들이 여럿 있다. 특유의 전통적인 느낌과 오랜 세월을 머금은 공간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어,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한결같이 느껴지는 동네 중 하나다.
오늘 소개할 곳은 친환경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서 정갈한 음식을 제공하는 한식 레스토랑, ‘꽃밥에 피다'. 농인 법인에서 직접 운영을 하므로 농장에서 곧바로 재료를 납품받아 식재료의 퀄리티가 좋고, 전국 방방곡곡 맛있는 제철 식재료를 한 끼의 식사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었다. 타인과의 대화는 새로운 생각을 던져줬고 나를 더 넓은 곳으로, 결코 경험해 볼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데려간다. 책이나 영화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나는 마주한 사람을 통해 듣는 이야기가 좋다. 그 사람만이 가진 말씨, 비언어에서 느껴지는 이야기의 목적. 그것들을 추측해 보는 재미. 이 사람이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가늠해 본다. 이야기꾼들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내는데 온 힘을 쓴다. 그 모든 이야기에는 의도가 있다고 느껴진다. 자기에게 벌어진 일들이 웃기거나 신기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고 싶거나 자기가 느낀 어떤 황홀이나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입을 꾹 다문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쏠린다. 그 마음을 두드려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듣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당신이 가진 이야기 좀 풀어봐요.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