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2023년 법인세를 마감하고, 직원들의 연말정산 내역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양말들의 샘플을 진행하고, 새로운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습니다. 최근에 "BGM 매거진"과 여러가지일을 함께 하게 되어 두번에 걸친 미팅을 진행했는데요. 아시는 분들은 알고 계시지만 BGM 매거진은 인디뮤지션인 스탠딩에그의 에그 2호 님이 발행인으로 있는 음악 관련 연간 매거진입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뮤지션과 함께 일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첫 미팅때는 긴장하기도 했는데 여러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일과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고, 개인적인 성향도 저와 잘맞고 재밌는 분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함께 이런저런 재미난 일들을 도모해보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서촌점 오픈일이 정해져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많이 기다려주고 계시는 (기다리시는거 맞죠?...) 삭스타즈 서촌점의 오픈일자는 4/9(화)로 정해졌습니다. 수년에 걸쳐서 서촌의 플래그십을 생각해온 만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픈일 발표는 공식적으로 3월 20일에 인스타그램 등으로 진행할 예정인데 삭스레터에서 처음으로 오픈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녹기전에 사장: A.K.A 녹싸
이번주에 저는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전에" 사장님이 "데스커 라운지 홍대"에서 "작은 가게들의 기획력!" 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프로그램 자체의 밀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작은 가게 사장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자리 자체로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녹기전에" 사장님의 여러가지 생각들에 관심이 있었는데 운좋게 마주보고 앉게 되어 이런저런 질문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요식업과의 접점은 많지 않지만 "접객"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보신 사장님이라 나름대로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워크숍 장소였던 "데스커 라운지"는 저도 말로만 들었지 처음 가봤는데, 특별히 출퇴근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가볼만한 곳이 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연결 시켜주기도 하고, 업무를 보기에도 좋은 공간이라 한번쯤 들러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은 홈페이지보다 바로 이렇게 인스타를 공식 홈페이지 대신 쓰기도 하네요.
이번주는 그외에도 서촌을 많이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공사가 되어가는 현장을 체크하기도 하고 삭스타즈 서촌점의 별관 행세를 하고 있는 "5PY by SOCKSTAZ"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을 체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주 부터는 향 브랜드 "모노룸 (MONOROOM)"의 팝업이 진행중입니다. 이 친구들이 팝업을 하라고 했더니 매장을 차려놨더라고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아직 가보지는 못했는데, 살짝 들어보니 손님들 반응이 좋다고 해서 저도 너무 뿌듯했습니다.
5PY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께 설명 드리자면 삭스타즈가 운영하는 작은 갤러리 공간으로 전시나 팝업 공간을 원하시는 작가님 혹은 브랜드에게 대관해드리고 있습니다. 서촌에서 인기가 많은 OFR 옆이기도 해서 주말에는 손님들도 많고 평일에는 고즈넉한 서촌 골목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으니 서촌에 팝업 공간을 찾고 계신 분들은 이메일로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5py@sockstaz.com)
지난 2주중에 제가 가장 재밌게 본 책은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이 저술한 "사장학 개론"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모든 내용에 100% 동의 할 수는 없지만, (사실 모든 책이 그렇습니다) 뜬구름 잡는 부자 회장님의 흔한 굳즈가 아니라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디테일한 상황과 해결책까지 촘촘하게 담겨있어서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고 체계나 시스템을 갖추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대표가 어떤 차를 타는게 좋고, 어떤 시계를 차면 좋을지, 또는 연매출에 따른 가족친지들에게 베풀어도 좋을 씀씀이 같은 것들도 깨알같이 적혀있어 진짜 돈많이 번 아는 형이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매우 재밌었습니다.
다음 레터는 3월 27일쯤이 될 것 같네요. 그때쯤에는 서촌점 인테리어도 대부분 끝나서 매장 오픈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2주동안 또 건강히! 즐겁게 웃으면서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성태민 드림
P.S 삭스레터에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진심으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본 메일 주소로 답장을 주시면 저는 즉시 모두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니져의 출근일지
수 백 번 양말을 개다보면
건조기에서 꺼낸 바삭바삭하고 따뜻한 양말. 가게에서는 ‘양말은 웬만하면 건조기에 돌리지 마세요’하면서 나는 이 따뜻한 느낌이 좋아 건조기를 애용한다. 아침 샤워를 마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뒤 미리 돌려 둔 건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양말을 꺼내 발을 쏙 넣으면, 완벽하다! 완벽한 출발. 이제 곧 봄이 오니까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양말들로 양말장을 갈아 줘야 한다. 양말장을 빈틈없이 채우던 두툼한 니트 양말들을 아래 칸으로 옮기고 가볍고 부드러운, 통통 튀는 색의 양말로 채우고 나니 입춘이 곧 이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이번 겨울을 물러나게 만들 봄의 사람들은 또 누굴까.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으면 늘 겨울이라 답 해놓고, 봄이 일으키는 포근한 냄새에 단번에 돌아서는 마음이 웃기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아빠의 양말이 화장실 문 앞에 뒹굴고 있다. 보통 가장 마지막에 씻는 내가 아빠 대신 치울 것을 뻔히 아는 나쁜 습관이다. 도대체 왜 빨래를 이렇게 두는 거냐고 따지려다가 그만둔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어차피 내 빨래를 가져다 두러 가는 길에 함께 치우는 것뿐이니 그리 수고로운 일도 아니다. 다만 의도 다분한 태도를 지적하려는 것이었는데, 그냥 해주기로 한다. 약속에 늦은 나를 데려다주는 아빠를 떠올리며. 엄마도 아침을 안 먹지만 아침을 차리니까, 오빠도 여행을 갈 때면 가장 귀찮은 일들을 처리하니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서로를 위해 적당한 번거로움을 눈감아주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애정이 피어난다.(후략)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머지않았다. 때맞춰 내 안의 패션 본능도 꿈틀꿈틀 깨어난다. 저기 바다 건너 제주도를 노랗게 물들였다는 유채꽃마냥 화사하게 차려 입고 싶다. 새빨간 초장에 조물조물 무친 돌나물 무침처럼 산뜻하고 새콤한 룩을 연출해 보고 싶다. 이번 봄에는 또 어떤 패션이 유행하려나? 거실에 비쳐드는 따스한 봄볕을 쬐며 소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2024년 S/S 시즌 패션 트렌드 채집에 나섰다. 1990년대 풍의 미니멀리즘이며 사랑스러움을 한껏 강조한 걸코어 등 여러 키워드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단어는 ‘긱시크’다. 괴짜를 뜻하는 ‘긱(geek)’에 멋짐의 극치인 ‘시크(chic)’를 붙이다니, 이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표현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니까 미드 〈가십 걸〉의 블레어한테 〈빅뱅 이론〉 에이미의 뿔테 안경을 씌우면 얼추 비슷한 느낌일지…. 요즘 유행 따라가기 쉽지 않다.(후략)
홍제천을 따라 걷는데 물이 흐르는 소리가 유독 활기차게 들린다. 더 이상 옷을 단단히 여미지 않고 풀어 헤치거나 아예 벗어도 좋을 온도가 되었다. 봄이 언제 오나 싶다가도 막상 추위가 한풀 꺾이는 요맘때쯤이면 괜히 아쉬움이 든다. 겨울을 더 격렬히 사랑할 걸 하는 마음이 들어선다. 책 [안녕한, 가] 봄 섹션 프롤로그에 이런 구절을 쓴 적이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은 기어이 우리 곁으로 와주었다. 추위에 제대로 맞서본 사람만이 이 계절을 잔뜩 껴안으며 기뻐할 수 있다.’
나의 단골 식당 ‘또또'를 지나(이곳은 곧 소개할 예정), 동네 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카페 ‘보틀팩토리’에서 조금만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산스(Sans)’가 나온다. 기울어진 언덕을 걸쳐 2층 같은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잠시 입구가 어디인지 두리번거리게 되는 매력이 있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