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군데서 진행된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 다들 득템은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과도화되는 블랙 ㅇㅇ, 마케팅에 저도 조금은 지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성과가 확실한 프로모션이기에 디렉터로서 놓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네요. 그래서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포스터는 작가님과의 협업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11월에 더 재밌는 무언가가 없을까 늘 고민해보겠습니다.
멋지다!! ㅠ
서촌의 일을 잠시 말씀드리면 저희는 결국 단독주택건물을 저희 마음에 드는 조건으로 계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오픈은 2월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큰 공간이라 걱정도 되지만 기대가 제일 많이 되네요. 이번의 서촌은 오랫동안 머물 생각이라 이 매장에 맞는 시그니쳐 향도 조향사님들과 개발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들은 "모노룸"이라는 젊은 부부의 브랜드 입니다.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지만 정말 제대로 조향을 하시는 분들이더라구요.
시향만 세시간을 함...
그리고 원래 에첼로 꾸미려고 했던 5평짜리 공간을 PROJECT 5PY라는 이름의 전시, 팝업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계획을 진행중입니다. 아마 첫 프로젝트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어떻게 사는게 더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전보다 덜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저도 내년이면 40대가 되기 때문일까요. 의심이 많이 없어진 느낌입니다. 저는 한 때 과학만을 믿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꼭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결국은 사랑과 철학이 삶을 이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믿는 것들이 있나요. 저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올해부터는 더 이상 타인과 제자신에 대한 의심을 조금은 거두고 한발 한발 나아가려고 합니다.
소빈. 내가 이 곡을 듣고 언니한테 연락을 했죠? 이 노래를 보냈던 날이 생각나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음악을 고르고 문을 활짝 열었는데, 갑자기 소빈이 내 눈 앞에 튀어나와 들판을 내달리는 거예요. 짧게 자른 단발머리를 하고, 직선으로, 사선으로, 넘어졌다 일어나서 다시 또.
소빈이 처음 가게에 들어왔던 날도 생각나요. 검정 코트에 커다란 연두색 목도리를 두르고, 자주색 구두를 신고 한참이나 양말을 골랐어요. 손님의 뒷모습을 보면 어떤 사람이 말을 걸어도 될지, 어떤 사람이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느낄 수 있어요. 마스크로도 감추기 어려웠던 미모도 생각나요. 내가 구두가 예쁘다고 하니까 소빈은 갑자기 신이 나 재잘재잘, 성수동 수제화 가게에서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신발을 구매한 사이트까지 열어 보여줬어요. 그때 그 구두도 예뻤지만, 구두보다는 소빈에게 더 눈이 갔던 것 같아요. 그날 소빈은 내 추천을 받아 살색 씨스루 양말을 골라갔어요. 그리고 며칠 후에 나는 우연히 그 양말을 신은 소빈의 발을 발견했고요. 내가 일러 준대로 자주색 구두에 살색 양말을 신은 소빈의 발.
어느 날 독립영화제에 갔다가 스크린 위에서 소빈의 얼굴을 마주쳤어요. 아주 찰나였지만 그 짙은 눈은 내가 봤던 눈이 맞았어요. 혹시나 싶어 엔딩 크래딧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니 감독 역할로 참여한 이름을 찾을 수 있었고요. 신기해서 메시지를 보내자 소빈은 나보다 더 신기해하며 혜화에서 연극을 하고 있으니 보러 오라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