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주반만에 인사를 드리네요. 연말연시는 저도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계획하면서 레터를 조금 쉬었습니다. 점점 내용이 살짝 부실해 지는 것 같아서 앞으로 2주에 1회 발송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쓸 내용이 많을 때는 간헐적 1주 연속 발송) 발송 요일 또한 금요일 밤에서 수요일 저녁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이 끝나고 2024년이 밝았는데요. 여러분들은 한해의 마무리와 시작 잘 하셨나요? 저는 강부장과 팟캐스트를 녹음하며 한해를 정리해봤습니다. 팟캐스트가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라디오의 유튜브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삭스타즈의 오피셜은 아니고 제 개인 팟캐스트로 변경해서 한달에 한두번만 업로드 하고 있지만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삭스타즈는 현재 1/2부터 시작된 윈터세일로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데요. 이번 포스터는 처음으로 AI와 협업(?)하여 그려보았습니다. 요즘 생성형 AI와 CHAT GPT등을 공부하고 있는데 나름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즐겁게 경험중입니다. 기회 되시면 꼭 한번 해보세요. 제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미드져니 입니다. 아래 몇가지 소개드립니다.
새해 이미지도 만들어보고...
윈터세일에서 사용한 포스터
이런 이미지도 나오고요
다리 밑 이미지
가상의 나이키 쿄토 점을 만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삭스타즈 서촌점 "NEST"는 드디어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가게가 카페였고 인테리어를 많이 해놔서 죄다 뜯어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네요. 1차로 해체된 현장을 소개합니다.
엄청난 현장
하지만 이런 멋진 옥상을 갖고 있죠
3월 오픈으로 예정하고 있지만 딜레이 없이 착착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 정도 크기의 매장은 처음이라 여러모로 준비할 것들,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네요. 부디 무사히 잘 되기를...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좋은 날에 여러분들을 초대하겠습니다.
저의 2023년은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 해보는 시기였다면, 2024년에는 좀 더 밀도 있게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저널의 필진들도 어느정도 픽스가 되었고, 정식 플래그십 스토어도 생길 예정이니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보겠습니다. 매장 준비 이야기는 조금씩 진행되는대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한해가 가고, 다른 한해가 온 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이고, 사실 시간은 그냥 쭉 이어져 있을 뿐이라서 년도가 바뀐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다만 그래프로 생각 했을 때 쪼금 더 우상향하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꼭 우상향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요즘은 듭니다. 아내와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쁜 쓰레기" 라는 말이 정말 싫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딱히 쓸모가 없어도 있는 그대로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요지였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저는 반드시 쓸모있는 인간이 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그냥 우리는 우리답게 살아가기로 합시다. 대신 2024년에는 조금 더 많이 웃는 한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태민 드림
P.S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본 메일에 바로 답장을 주시면 모두 확인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말가게 창업일지
SE.1 맨땅의 헤딩 비기닝 (2011-2013)
2011년, 청년실업이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참 많이 나오던 해였다. 나는 운좋게도 원하던 회사에 입사를 했다. 꿈에 그리던 회사에 들어갔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회사와 나는 맞지 않았다. 사실 회사가 문제였다기 보다는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회사원이 맞지 않았다. 하루하루 시간이 갈 수록 미래는 불투명하게 보였다. 함께 일하던 선배는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나는 신입사원 1년차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선배의 산재신청은 승인되지 않았다.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일본 여행을 떠났고, 오사카에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양말가게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마트에서 양말을 사신거나, 오픈마켓에서 묶음으로 된 제품만 사신었지 양말가게는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었다. 양말 한켤레에 3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았다. 나는 양말에 매료되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양말"과 "양말장사"에 동시에 매료된 것이다. 제품의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작고, 사이즈 갯수가 신발이나 옷에 비해 적고, 아웃풋이 동일해서 다양한 컨텐츠를 담을 수 있으며, 의류에 비해 유행에 덜 민감해서 이월 재고 발생이 없는 사업. 당시에는 장점만 보였기 때문에 딱히 단점을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가게가 있다면 아니 더 멋진 양말가게가 있다면 분명히 잘 될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스물여섯이었던 나는 지인 둘과 함께 "삭스타즈"라는 이름으로 양말 가게를 시작했다. 첫 자본금은 자취방 보증금 1500만원 이었다. 우리는 열정이 넘쳤지만, 너무 어렸고 경험과 지식은 한없이 모자랐다. 당시에는 유튜브도 없어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사업계획서는 사업의 청사진이라기 보다는 몽상의 기록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나는 이 꿈을 현실로 만들수 있다는 이상하리만큼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삭스타즈의 첫 번째 사무실은 가든 파이브의 창업지원 센터였다. 서울시에서 청년 창업가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면접을 통과하면) 사무실이었는데, 책상 몇개에도 꽉차는 5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를 포함해 총 3개의 회사가 일을 했다. 그곳에서 삭스타즈는 조금씩 조금씩 시작했다. 매일같이 지하의 푸드코트에서 밥을 사먹고, 밤 12시가 넘어서 퇴근하기 일쑤였다. 사실 말만 들으면 암울한 과거지만 이 당시를 회상하면 정말 즐거운 날들이었다. 나는 잠을 자지 않아도 꿈을 꿨다. 근사한 양말가게를 만드는 꿈.(후략)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매년 해오던 대로 탁상달력을 교체하고, 미리 사둔 드로잉 일력을 꺼내 첫 장을 펼쳤다. 몹시 귀엽게 생긴 용이 빛나는 여의주를 꼭 움켜쥔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옜다’ 하는 표정이다. 신년에 용이 여의주를 주겠다는데 아니 받을 수 없지. 일력을 살살 뜯어 반으로 곱게 접어 지갑에 넣었다. 신통력을 지녔다는 이 영묘한 구슬이 올해 좋은 기운을 가득 안겨 주기를 바라면서.
매년 착실히 나이를 먹어 왔지만 올해는 유달리 기분이 묘하다. 마침내 앞자리가 ‘4’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흔이라니, 달리는 지하철 4호선에 탑승해 버리다니. 달나라를 여행하거나 알약 한 알로 한 끼를 때우는 미래는 상상했어도 나 자신이 40대가 되는 미래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하루에도 천 번을 흔들리는 내가, 작가로서의 장래가 여전히 불투명한 내가, 자차를 보유하기는커녕 운전대 잡는 법도 모르는 내가 불혹을 맞이한 게 정말일까? 양말 가게를 찾은 손님이 40대에게 선물할 양말을 골라 달라고 부탁하면, 늘 당연하다는 듯이 차분하고 우아한 뉴트럴 컬러 양말을 추천하곤 했었다. 한데 40대 당사자가 된 나는 어떤지. 꽃분홍색 파자마에 춘식이 수면 양말을 신고 있지 않은가.
생각난 김에 양말 서랍을 열어 보니 가히 장관이었다. 광대버섯도 울고 갈 화려한 색감의 향연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맞지, 나는 색을 많이 쓰면 쓸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지. 어릴 때부터 그랬다. (후략)